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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지큐 코리아 (GQ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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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왔습니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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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하스코 브라질 스타일의 스테이크를 통칭해 슈하스코라고 부른다. 1.2미터 길이의 긴 쇠꼬치에 고기를 꿰어 하드 차콜의 은은한 열로 장시간 서서히 돌려가며 굽는다. 그래서 촉촉하고 부드럽다. 슈하스코 전문점을 슈하스카리아, 쇠꼬치를 들고 고기를 썰어주는 직원을 가우초(카우보이라는 뜻)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고속터미널역 근처에 있는 ‘텍사스 데 브라질’에서 15가지 부위의 슈하스코를 맛볼 수 있다. ‘워시드’ 생두 가공법이 아닌 ‘내추럴’로 생산되어 단맛과 풍미가 더 잘 느껴진다.

 

< Alair Gomes > 알레르 고메즈는(1921~1992) 철학자이자 미술비평가, 또한 비밀스런 사진가였다. 그는 리우 해변에 온 젊은 남성의 몸을 은밀한 시선으로 채집했는데, 그리스 로마 시대가 남성 누드를 다루는 방식과 현대 포르노그라피가 조장하는 몸의 이미지 사이, 그의 사진은 ‘몰래 찍는’ 뉘앙스를 통해 더욱 노골적인 탐미주의를 드러냈다. 햇빛이 거의 난무하다시피 하는 도시에서 망원렌즈와 고감도 필름의 거친 입자로 번진 사진에는 어둑한 슬픔이 스며있기도 하다. 그는 리우에서 살해되었고, 해변은 다른 몸들로 다시 채워졌다.

 

안타크티카 필센 일단 여름부터 생각나는 브라질 맥주에 웬 펭귄?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름부터 ‘남극’인 이 맥주야말로 더워 죽겠는 브라질 사람들의 눈이 번쩍 뜨이는 물건이 아닐는지. 브라질은 필스너의 점유율이 90퍼센트가 넘고, 안타크티가 역시 필스너의 일종이지만 상대적으로 홉 향이 그리 진하진 않다. 한편 맥주광들의 집단 지성의 장 Ratebeer.com에서는 “달다”는 평이 다수. 적어도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라면 슈퍼마켓, 술집, 해변가의 상점 등 어딜 가도 이 귀여운 맥주를 만날 수 있다. 도수는 4.9도.

 

 

코넬리우스 < Point > 열대림에 사는 풍조의 깃털, 풀잎마다 이슬, 벌레와 버섯의 점박이 무늬, 티타임과 현기증, 창고에서 물건을 때려 부수는 소리, 누군가 기타 연습을 하거나, 자꾸만 브레이크를 밟는 자동차. 이 앨범은 복잡할 대로 복잡하게 만들었지만, 순수하리만치 깨끗하게도 들린다. 앨범 커버엔 “나카메구로에서 어디로든” 이라는 말이 있는데, 9번 트랙 ‘Brazil’이 흐를 때, 이 앨범은 우주가 된다.

 

 

 

시계꽃 브라질이 원산지인 이 현란한 꽃이 경기도 한택식물원에 아프리카 온실 입구에 핀다. 누군가 지혜롭게 지어준 본명은 ‘Passiflora Caerulea’인데, 클로버를 토끼풀이라 부르는 유순함에 빗대어 이것을 우리는 시계꽃이라 자주 부른다. 꼭 시계처럼 생긴 꽃이라 그렇다. 지름은 약 8센티미터쯤, 꽃잎과 꽃받침은 각각 다섯 장. 올림픽 매스게임처럼 정확한 대형을 이루어 고개를 든 수술과 암술이 마치 시곗바늘 같아서, 그것이 만들어낸 좁고 진한 그림자들이 시간을 알리는 것도 같아서, 시계꽃이 되었다. 리우는 서울보다 12시간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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