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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왔습니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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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투스 FC 원정 유니폼 펠레와 네이마르가 프로 축구 선수 경력을 시작한 클럽이라면 설명이 될까? 1998년 1월 20일, 산투스는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1만 골을 돌파한 팀이다. 산투스에서 세계적인 축구선수 여럿이 배출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검정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수직 줄무늬는 원정 유니폼이다. 이제 노란색과 초록색 없이도, 전형적으로 단정한 ‘투톤’의 조합으로도 브라질을 떠올리게 한다. 이 유니폼을 입고 축구선수의 꿈을 꿀 수도, 산투스 FC의 마스코트인 고래로 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카이피리냐 그냥 더운 게 아니라 후끈하게 더울 땐 새콤한 술이 필요하다. 카이피리냐는 흔히 베이스를 럼주로 대체해서 만들기도 하는데, 정석은 사탕수수로 만든 브라질 전통주인 카차샤를 사용해서 만들어야 한다. 럼주를 베이스로 한 술은 ‘카이피리시마’, 보드카를 베이스로 만들면 ‘카이피로스카’라고 아예 다른 이름이 붙는다. 카이피리냐는 라임과 설탕의 비율을 잘 맞춰 새콤달콤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아일톤 세나 “세나에겐 문제가 있죠. 자기가 스스로를 죽일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신을 믿었거든요. 그게 다른 레이서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어요.” 라이벌 알랭 프로스트의 말. 그건 믿음보단 각오였을 것이다. 세나는 승리만 생각했고, 경기 운영보다 일단 엑셀레이터를 밟는 쪽이었다. 비 오는 날이면 우승해 ‘레인마스터’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렇게 순수한 레이서를 미워할 수 있나? 41번의 그랑프리 우승과 3번의 월드 챔피언. 그리고 1994년, 미하엘 슈마허와의 경합 중 생긴 사고. 그의 장례는 브라질 국장으로 치러졌다.

아서 베로카이 < Arthur Verocai > 어떤 곡이 샘플링의 대상이 된다는 건, 일단 개별적인 소리가 매혹적이란 얘기다. 단일 앨범으로서 < Arthur Verocai >는 총 30번이 넘게 샘플링되며 곳곳에 그 흔적을 남겼다. 매 곡이 서로 다른 데다 음표마다 전력투구의 흔적이 완연하니 그 소리가 탐이 날 수밖에. 재즈와 솔의 영향이 짙지만, 그저 전체를 브라질리언 재즈나 솔 음반이라 부르기엔 섭섭하다. 1972년에 발매한 초반의 경우 5백만원이 넘는 경매가를 호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네 번 재발매됐다. 2009년 아서 베로카이의 첫 LA 공연에 출연한 프로듀서 매들립은 당시 < 데이즈드 >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오늘부터 남은 일생 동안 이 음반을 매일 들을 수도 있어요.”

잡지 < Abusada > 첫 장부터 훌러덩. 표지를 넘기자마자 실제 섹스 장면을 찍은 사진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남녀 모두의 성기가 그대로 노출된다. 이어서 성인 잡지의 한계에 도전하듯 자위, 그룹 섹스까지 거침없이 나아간다. 물론 커버 모델도 예외는 아니다. 타블로이드지의 형식으로 한 페이지에 여러 장의 사진을 실어, ‘기승전결’을 담는 식이다. 나체가 나오지 않는 페이지는 한 장도 없다. 궁금해 찾아본 < Abusada >는 ‘학대’라는 뜻이다. 이해가 될 듯 말 듯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다큐멘터리 < Rip It Up > 현대의 저작권법이 어떻게 사람들의 창의력을 제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디즈니, 샘플링, 디지털 음악 저작권의 대표적인 사례들이 이어지고, 브라질이 등장하면서 한번 도약한다. 브라질이 다른 문화를 받아들인 역사, 그리고 그것을 향유해온 정신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 작품은 묻는다. 식인종의 극단적인 예까지 들어가며, 창의력의 비밀을 말한다. 어쩌면 저작권법이 아니라 브라질의 그 끝도 없는 즐거움의 비밀을 엿본 것 같기도 하다.

 

 

아디다스 삼바 브라질 축구는 ‘삼바 축구’라는 말은 한국 축구선수를 ‘태극 전사’라고 부르는 것과 다르다. 삼바는 지금까지도 브라질 사람들이 말하고, 노래하고, 몸을 움직이는 모든 방식을 가리키니까. 그래서 아디다스 삼바가 실내 축구용 신발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삼바는 1950년에 처음 생산된 이래 ‘검 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금까지 아디다스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모델이다. 검정색 모델이 고전이지만,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최근에 판매 중인 흰색 역시 축구와 아무 관계없는 사람도 신고 싶을 만큼 예쁘다.

 

 

악기 판데이로 보사노바에서 들리는 하이햇 같은 소리, 부채로 부치는 바람을 맞는 것 같은 소리가 판데이로다. 둔탁한 가죽(혹은 플라스틱)과 가녀린 징글의 조합으로 다양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악기지만, 실은 종처럼 감정으로 향하는, 종과 달리 여리고 미세한 파장을 전한다. 하지만 판데이로가 빨라지면 한국의 노래방에서 흔드는 탬버린에 댈 게 아니다. 혼이 쏙 빠질 것이다. 그러니까 판데이로는 느린 곡이든 빠른 곡이든 즉시 응답할 수 있는, 브라질 사람들의 박수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시쿠 부아르키 < 엎지른 모유 > 전혀 힘 안 들이고 노래 하면서도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쿠 부아르키가 곧 60년대 후반 MPB(보사노바 이후의 브라질 대중음악 운동)의 입장이었다. ‘O Que Sera’처럼 지혜로운 가사를, ‘A Banda’처럼 아름다운 가사를 안다면 그의 소설 또한 놓쳐선 안 된다. 요설 같은 낯선 형식으로 브라질 1백 년의 역사를 담아내는 이 작품은, 그의 음악 못지않게 커다란 직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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