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그냥 세기의 대결이 아니다. 49전 전승의 살아 있는 복싱 전설 메이웨더와 UFC 최초로 2체급을 동시에 석권한 맥그리거의 대결이 임박했다.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이 스포츠 이벤트에서, 당신은 누가 승리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맥그리거의 헤드 코치인 존 카바나는 지난 4월 1일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마침내 코너 맥그리거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대결이 확정됐다.” 이 글은 수천 회 리트윗되며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격투기 팬들이 바보는 아니다. 이 글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격투기 관련 뉴스 채널, SNS에는 온갖 가정과 추측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그들은 이미 죽은 사람조차 격투기 링에 세울 준비가 돼 있다. 역시나 카바나 코치가 미끼를 던진 그날은 만우절이었다. 카바나 코치도 곧 장난이었음을 인정했다. 지큐도 그 행렬에 동참해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아주 말이 안 되는 가정은 아니다. 그 첫 번째 가정은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복싱 대결이 오는 9월,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다는 것이다.
맥그리거가 승리할 것이다
1. 만약 메이웨더가 뚜껑이 열린다면
메이웨더의 무패 승리 공식은 숄더롤, 크랩가드라고 불리는 방어 기술로 시작된다. 그래서 종종 그의 복싱 스타일은 지루하다고 야유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맥그리거와의 경기에서만큼은 방어적인 자세를 고수하지 못할 것이다. 맥그리거는 링 안에서도 뒷목 잡게 만드는 쓰레기 토크의 제왕이니까. 그리고 맥그리거의 얼굴은 너무나도 때리고 싶게 생겼다. 메이웨더는 그 입부터 다물게 하고 싶어 안달이 날 거다. 뚜껑이 열려서 조급한 마음에 맥그리거에게 라이트를 날리는 복서를 상상해보라. 바로 그 다음 순간, 조제 알도(UFC 전 페더급 챔피언)와 에디 알바레즈(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가 어떻게 됐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2. 만약 메이웨더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한국 나이로 불혹을 넘긴 메이웨더와 아직도 혈기왕성한 맥그리거의 나이 차이는 무려 11살이다. 맥그리거가 어리다기보단 메이웨더 나이가 너무 많다. 그는 맥그리거보다 키도 작고 리치도 짧다. 메이웨더는 이미 10년 전부터 은퇴 발표와 철회를 반복해왔다. 실제로 그는 은퇴를 발표했던 이유 중 하나로 건강을 설명하며 복싱 선수로 활약했던 삼촌(로저 메이웨더)의 건강 악화를 언급한 바 있다. 메이웨더 자신 또한 건강에 이상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메이웨더의 상대는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미치광이 들개다. 게다가 맥그리거는 왼손잡이다. 메이웨더는 왼손잡이와 싸울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메이웨더는 약해진 체력으로 인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3. 만약 메이웨더에게 아홉 수가 있다면
49연승을 달리고 있는 메이웨더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가 승리해온 49라는 숫자가 어느덧 아홉 수를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 복싱 역사상 49연승을 달성한 복서는 두 명(메이웨더, 록키 마르시아노)이지만, 이 마의 숫자를 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기가 열릴 예정인 날짜조차 9월이라니 말 다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미신에 입각한 가정이지만, 메이웨더는 아홉 수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도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것은 신의 선택이다.
메이웨더가 승리할 것이다
1. 만약 맥그리거가 반칙을 한다면
메이웨더는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는 데만큼은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후반 라운드까지 메이웨더의 숄더롤과 단타에 놀아나던 맥그리거는 이성을 잃을 지도 모른다. 사실 메이웨더와 맞붙은 모든 선수들이 그의 아웃복싱에 넌덜머리가 났던 경험이 있다. 맥그리거는 경기 내내 짜증이 날 거다. 그의 가슴팍에 새긴 고릴라조차 이 상황에 질려 있을 거다. 네이트 디아즈와의 2차전에서 모두가 확인했듯이 맥그리거는 최고의 발 공격도 가진 종합 격투기 선수다. 열 받은 그는 마침내 메이웨더의 허벅지에 로우킥을 꽂아 넣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흙탕 싸움을 말리러 들어온 메이웨더의 코치에겐 날라차기를 선사할 거다. 결과는, 맥그리거의 반칙패다.
2. 만약 맥그리거가 경기 전날 파티에 간다면
맥그리거는 엄청난 파티 광이다. 재작년, 당시 UFC 페더급 챔피언이던 조제 알도와 싸우기도 전에 승리 축하 파티를 예약해뒀을 정도다. 맥그리거는 시합 전날에도 파티를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억측이라고? 어차피 맥그리거는 이 싸움에서 이길 생각이 없다. 오직 수 천만 달러의 대전료만이 그가 복싱 링에 오르는 이유다. 공식 계체 검사를 통과한 맥그리거가 파티를 즐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그는 전날 밤의 과음으로 약해진 복부를 맞고 쓰러질 지도 모른다.
3. 만약 둘에게 별 일이 없다면
메이웨더가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