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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남 100명의 이야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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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현재, 서울을 생활권으로 혼자 사는 남자 100명에게 공통 질문을 보냈다.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혹시 홈웨어가 있습니까? 얼마나 자주 상을 차립니까? 이사를 간다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들이 방에서 혼자 생각하고 둘러보며 작성한 답을 모았다. 우리는 얼마나 비슷하게 살고 있을까. 얼마나 다른 혼자일까. 그리고 지금 서울에서 혼자 사는 집이란 어떤 풍경과 의미가 될 수 있을까.

1
연희동 한창헌의 방

한창헌 35세, tvN 마케팅 어디에 살고 있나? 연희동에 있는 스튜디오 형태의 원룸에 월세로 산다. 세면대가 화장실 밖에 있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 침대 쪽으로 햇볕이 아주 잘 들어온다.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최근에 마란츠 앰프와 JBL 스피커를 샀다. 집에 있을 때는 내내 음악을 틀어놓는 편이라 만족도가 높다.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레이몬드 페티본의 ‘서퍼스’ 시리즈 중 하나를 눈여겨 보고 있다.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주음식물 쓰레기 처리. 얼마나 자주 장을 보나? 2주에 한 번. 맥주가 떨어졌을 때. 집에서 마시는 술은? 에일 계열의 맥주. 가끔 독한 게 당기면 진 토닉. 진에 관한 책을 사서 공부 중이라, 앞으로 여행갈 때마다 그 지역의 진을 한 병씩 사올 계획이다. 늘 사용하는 그루밍 제품은? 예전엔 많이 신경썼는데, 요즘은 가벼운 토너에 보습력이 뛰어난 크림 하나정도로 버틴다. 토너는 박스터 오브 캘리포니아, 크림은 피지오겔의 것을 쓴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벵갈고무나무, 콤팩타, 스투키를 키운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는 식물을 선호한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방탕해지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오히려 도를 닦는 기분. 취향을 드러내기가 의외로 쉽지 않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새벽 2시 30분. 닉 하킴의 ‘I Don’t Know’. 묘하게 섹시하면서 외로운 노래다.

2
성수동 이현태의 방

이현태 29세, 그래픽 디자이너 어디에 살고 있나? 성동구 성수동. 성수역 근처. 아직 1년이 안 됐다.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집과 관련된 건 아니고, 옷이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저 파카.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예술 작품이 있다면? 사진을 사고 싶다. 아직 이름값이 더해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본다.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이불 털기. 털다가 팔이 한 번 빠졌다.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다면? 대학 때 자주 놀러 갔던 선배 방이 생각난다. 그 방에 가면 늘 신선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근면하고 청결하게 느껴졌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아무래도 치킨.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대접받고 싶거든 그걸 사오라고 하는 편이다. ‘홈웨어’랄 게 있다면? 외국 호텔에서 훔쳐온 커다란 원피스형 파자마. 이걸 입은 모습을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늘 사용하는 그루밍 제품은? 이솝 보디 클렌저. 비누나 샤워젤은 그냥 돈을 물에 버리는 것 같아서 아깝지만, 그렇다고 막 싸구려를 쓰면 샤워할 때마다 너무 기분이 나빠진다. 방향 제품을 쓰나? 뭔가 향수 느낌이 나는 건 다 싫다. 그냥 환기나 자주 하자는 쪽. 집에 동물이 있나? 키우고 싶은 게 대형견이라 당분간은 어렵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죽인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그래도 이게 낫다고 느끼는 주거 행위. 그럼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싫다.

하지민 29세, 닥터 브로너스 코리아 홍보팀 어디에 살고 있나? 한남동 제일기획 뒤 주택가. 1000/60인 18평 투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공방에서 만든 4인용 원목 테이블.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사진작가 김재훈의 사진 작품들. 너무 하기 싫은 집안일은? 설거지!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빵과 소스. 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어제는 키위잼을 만들었고, 내일은 후추를 잔뜩 넣은 사과잼을 만들 예정이다. 풍요로운 냉장고 VS. 대형 텔레비전. 냉장고. 텔레비전을 틀면 순간의 적막은 가시지만, 끄고 난 직후의 적막감이 싫다. 즐겨 입는 ‘홈웨어’는? 유니클로 후리스가 나오기 전엔 겨울에 뭘 입고 살았는지 모른다. 늘 사용하는 그루밍 제품은? 아침에는 간단히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저나 선크림 정도를, 저녁에는 스킨케어나 마스크 팩을 꼭 한다. 아무래도 ‘화장품’ 회사의 ‘얼굴’인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방향 제품을 쓰나? 전 세입자가 고양이를 길렀던 탓에 한참 고생했다. 에탄올도 뿌려보고, 락스도 뿌려보고, 에센셜 오일 한 통을 통째로 붓고 향초를 피워도 가시지 않았다. 살면서 내 냄새로 덮어씌워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2년을 혼자 살았는데 여전히 새롭고 재밌다. 만약 이사를 한다면? 연희동 사는 친구들을 보며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밤 11시 22분이고, Black Atlass의 ‘Haunted Paradise’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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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남무현의 방

남무현 35세, 디자이너 어디에 살고 있나? 해방촌과 후암동 사이 언덕배기에 있는 다세대 건물의 70평가량 되는 3층 전체를 쓴다. 반은 디자이너 옥근남과 운영하는 팰린드롬 스튜디오 작업실, 반은 생활 및 휴식 공간.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오전 11시쯤, 햇빛이 방 안 전체에 들어올 때 식물을 바라보는 시간과 석양이 물드는 시간. 자주 들어오는 다른 사람은? 옥근남. 혹시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얼마 전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을 사고 싶었다.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밀린 설거지와 재활용품 버리기.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없다. 주방 공사를 아직 못해서 주방이 없다. 집에서 마시는 술은? 가끔 위스키 향이 그리울 때 홀짝거리곤 한다. ‘홈웨어’랄 게 있다면? 벨트를 매는 바지는 절대 입지 않는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최대한 입지 않으려고 한다. 방향 제품을 쓰나? 요즘은 편백나무 향을 피워놓고 있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대략 40종, 60개 정도의 화초를 돌본다. 줄기가 비대한 아프리카 식물이 대부분인데 채광과 환기에 항상 신경을 쓴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자유로움, 즐거움, 해방감, 외로움을 복합적으로 느끼며 산다.

이현석 33세, 작가/의사/보건학도 어디에 살고 있나? 범계역과 평촌역 사이 삐죽 솟은 주상복합형 오피스텔 23층.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퇴근하면 거실 창가 책상에 앉아 원고를 쓴다. 수도권으로 오기 전에 대구의 주거생활공동체에 머물면서 성원들을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조금씩 쓰고 있다. 술을 마시면서 쓰다 보니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된 면도 있다. 쓰면서 마신 술병을 장식 삼아 창가에 하나씩 올려두고 있다. 생각보다 예쁘다.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다면? 없다. 닮고 싶은 사람을 두는 편이 아니다. 하물며 그것이 ‘라이프스타일’ 따위라면 더욱.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수도권 신도시에 혼자 산다는 건, 정치적 피난처에 숨어든 난민 같다. 흩어져도 그만인 사람들과 짧게 마주치는 것에 익숙해져 간다. 12년 만에 다시 시작한 수도권 생활인데, 12년 전에는 청량리의 고시원이었고, 지금은 평촌의 오피스텔로 바뀌었을 뿐, 난민이 된 이의 의식을 공유하는 것은 동일하다. 다만, 정치적 피난처이기 때문에, 마음은 한결 가볍다는 것 역시 고시원 시절이나 현재나 동일하다. 그럼 2016년 현재, 서울에서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대구에서 주거생활공동체 이후, 수도권의 집단 숙소를 거쳐, 다시 수도권에 있는 혼자만의 공간에 들어오게 되었다. 자발적으로 기획한 공동체와 불가항력적인 집단생활을 거친 경험으로 보자면, 같이 산다는 것은 편을 나누고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 곁을 내주고 공동체의 성원권을 함께 획득하는 것이라 (즉,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도시민의 공동생활이 실제로는 편을 나누고, 잠만 자는 것이 일상이라는 반증이겠다. 함께 살게 될 성원들이 곁을 내줄 준비가 되지 않은 이상, 지금 한국에서 타자와 함께 산다는 것은 ‘호모 호미니 루푸스’의 다른 증거를 예비하는 일이라 본다. 만약 이사를 한다면? 한동안은 이사 계획이 없다.

김임수 32세, 웹진 창간 준비 중 어디에 살고 있나? 용산구 우사단로 다가구주택 1층. 반지하를 벗어나 처음 전세로 살게 된 곳.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습도를 60도로 맞추기 위해 제습기나 에어워셔를 켜는 시간.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항상 떠날 준비가 돼 있어 크고 값비싼 물건은 침대 정도다. 무인양품. 1백20만원대. 혼자 사는 사람 중에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다면? 그게 누구든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닮고 싶지 않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이태원 오또OTTO 김밥. 강북에서 최고다. 얼마나 자주 장을 보고 상을 차리나? 상을 차리는 것은 누군가 방문할 때뿐이라 횟수를 가늠할 수 없다.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해당 없음. 집에서 마시는 술은? 뭐든 섞는 것이 좋다. 정해진 공식은 없다. ‘홈웨어’랄 게 있다면? 아버지는 말하셨지, 팬티만 입어라. 늘 사용하는 그루밍 제품은? 모르칸 오일 헤어 에센스. 유리아주 립밤. 질레트 면도기. 방향 제품을 쓰나? 산타마리아 노벨라 룸스프레이를 뿌려보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엄마가 말했다. 니 사주에 식물 없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시간을 달리며 버티는 일. 그럼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서울에서 맞는 여섯 번째 입춘은 누군가와 함께이길 바란다. 이사를 한다면? 10년쯤 후엔 이태원1동에서 2동으로 건너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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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동 이윤호의 방

이윤호 35세, 사진가, 우주만물/신도시 운영 어디에 살고 있나? 가양주공아파트. 어떻게 그곳에 살게 됐나? 예전에 세들어 살던 청계천의 집이 공원화되면서, 4년 전 이곳에서 가장 작은 평수의 임대아파트가 보상으로 나왔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해 질 녘. 소파에 앉아 뜸을 들인다. 쑥 타는 냄새를 맡고 저녁 장사하러 출근한다.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금액을 떠나 가장 사치스러운 물건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화 <Naked Lunch>의 일본판 포스터. 3백50유로. 혹시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미즈키 시게루의 모든 만화. 해적판으로.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다면? 선비들의 삶이란 어떤 걸지 항상 궁금하다. 싱글은 아니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베이컨+고추장+달걀 프라이+참기름+밥. 집에서 마시는 술은? 홈플러스에 3병 2만원 코너가 있다. ‘홈웨어’랄 게 있나? 무인양품 리넨 원피스. 치마 편하다. 집에 동물이 있나? 새소리가 집에서 계속 난다면 멋지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다가 새가 노래를 하는 건지 우는 건지 혼란스럽겠다 싶어서 체념했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 나와 살기 시작한 후로 18년이 지났다. 아직 질리지 않는다. 만약 이사를 한다면? 도봉구 어디쯤 북한산 자락. 요즘 산이 좋다.

정태중 26세, 학생 어디에 살고 있나? 해방촌. 오거리로 나가면 구수한 어르신들과 함께 제각기 멋을 뽐내는 젊은 힙스터들이 아무렇지 않게 나물을 사러 다닌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전날 밤을 새우고 암막 커튼을 친 채 자는 시간. <드래곤 볼>의 ‘정신과 시간의 방’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자주 들어오는 다른 사람은? 군대 동기가 자주 온다. 때로 취기가 오르면 음악을 크게 틀고 춤을 춘다.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걸레질. 대칭이나 물건의 각에 강박을 갖고 있어서 정리 정돈은 굉장히 잘하는데, 청소를 잘하진 않는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찌개. 늘 사용하는 그루밍 제품은? 온갖 브랜드의 화장품을 써봤지만, 차이를 못 느껴서 주로 로드숍 제품을 사용한다. 그루밍에는 돈보다 시간을 들이는 편이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집 밖이 우주라면 집은 내면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즐거워야 하고 집에서의 시간은 다소 철학적일 필요가 있다. 만약 이사를 한다면? 채광이 눈부신 집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여기는 새벽 1시가 되었다. 지금 캐스커의 ‘나의 하루 나의 밤’을 틀었다.

이종협 34세, 외화 관련 통번역을 했지만, 곧 단편영화를 찍는다. 어디에 살고 있나?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작은 오피스텔. 벌써 6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정말 가끔이지만, 늦은 새벽 창가로 작은 동산과 인왕산의 끝자락이 교차되는 현이 느껴질 만큼 미세하게 하늘이 밝아질 때가 있다. 두 능선의 곡선과 검푸른 하늘의 형태만 간직하고 있는 듯한 그 순간만큼은 이상하게 마음이 설렌다. 자주 들어오는 다른 사람은? 나 자신 말고는 없다. 이 질문 읽고 깨달았다.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컴퓨터가 그나마 돈이 나가는 것 같다.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Berthe Morrisot의 그림, Chris Killip의 사진 등 솔직히 너무 많다.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먼지 터는 게 싫다. 먼지 터는 중에 먼지가 날리는 것도 싫고 다음 날 그 먼지가 다시 쌓이는 것도 싫고, 그 다음 날 먼지를 다시 닦는 것도 싫다. 대형 냉장고 VS. 대형 텔레비전. 당연히 텔레비전이다. 화면은 클수록 좋다. 방향 제품을 쓰나? 안 쓴다. 대문이랑 창문을 열어 가끔 환기시키는 게 다다. 집에 동물이 있나? 강아지를 항상 키우고 싶지만, 그러면 영원히 혼자 살 것 같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걸 느낀다. 혼자라는 사실이 겁날 때가 있듯,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게 어느 정도 상대적일 수 있는지, 정말 이제는 모르겠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새벽 3시 28분이다. 어울리는 노래는 내가 아끼는 노래 중 하나인 Laurent Cabasso가 연주한 ‘새벽의 노래 ’를 추천해본다.

곽대희 30세, 중국어 통번역사 어디에 살고 있나? 동대문구 휘경동. 월세로 얻은 원룸이고 회기역에서 가깝다. 거의 블라인드를 치고 살아서 남향인지 서향인지 모른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밤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 캄캄한 상태에서 협탁 위에 취침등만 켜놓는다. 취침등 색이 랜덤으로 바뀌도록 설정해놓으면, 음악과 조명이 묘하게 어우러져 꼭 다른 공간에 있는 기분이 든다.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취침등(샤오미 ‘Yeelight’). 작년 여름 중국에서 5만원 조금 넘게 줬다. 방이 좁아서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많이 들여놓을 수 없는데, 날마다 조명 색이라도 바꿀 수 있어 차지하는 공간 대비 기분 전환 효과가 훌륭하다.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중국계 사진작가 판호의 ‘Approaching Shadow’.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설거지. 설거지를 하면서 방금 먹은 것을 떠올리는 게 싫고, 설거지 자체가 허무하다고 느낀다. 분명히 이 접시 위에 맛난 것들이 담겨 있었는데 이제 아무것도 없네, 이런 생각이 들면 기분이 참 별로다. ‘홈웨어’랄 게 있다면? 마땅히 없다. 목 늘어난 티셔츠에 팬티가 일반적인 복장이다. 그마저도 여름엔 잘 안 입는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월세 및 전세, 생활비 걱정을 혼자 떠안는 것, 그리고 밤에 가끔 외로울 수 있다는 것. 그럼 2016년 현재, 서울에서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월세, 전세, 생활비 걱정을 분담하게 되는 것, TV를 틀지 않아도 시끄럽게 지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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